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키가 자라는 집

걷다 보면 뜻밖의 우연과 마주칠 때가 있다. 그럴 때마다 생각에 잠기곤 한다. 어쩌다 보물 상자를 열 때처럼 약사동에는 분명,
사람 손결이 닿아 있지 않지만 닿아 있는듯한, 그런 공간들이 곳곳에 숨어있다. ‘키가 자라는 집’도 그런 곳들 중 하나이다.


약사동 골목에서 ‘키가 자라는 집’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. 찾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일까 좁은 골목을 따라 안쪽 깊숙하게 들어가 보면 어느덧 또 다른 막다른 곳이 막아섰다.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다른 벽이나 낯선 대문 앞이다. 다시 길을 찾아 되돌아 나오면 또 다른 골목이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은 길과 만나지는가 보다. 한참을 헤매다 골목을 빠져나오니 벽에 등을 기댄 채 담배를 입에 물고 있던 할아버지가 있었다.


“할아버지, 키가 자라는 집이 어디 있는지아세요?”
“뭐어? 피자 잘하는 집?”


피자집을 왜 찾느냐고 되묻는 할아버지를 뒤로한 채 낯선 담장 앞에 다다랐다. 노란 담장 앞에 머물렀을 때, 그 담장 한 쪽 모서리에 ‘너는 무엇을 키우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아직 나를 키운다고 대답했다’ 이런 문장이 세로로 써 있었다. 그냥 모르고 지나쳤다면 그저 노란빛의 허름한 담장일 뿐이었을 텐데…


대체 우리를 자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.
노랗게 페인트칠을 한 담장은 나에게 묻고 있는 듯했다. 자세히 살펴보니 담장 꼭대기에 미니어처로 만들어 놓은 집 모양의 구조물이 보였다. 철제로 만들어진 앙증맞은 모양의 집은 담장 위에 또 다른 집이었다. 어쩌면 내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은 자라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.


대문은 있지만 마당이 없다. 마당만 있고 집은 없다. 집은 있지만 사람이 없다는 시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의 의미를 생각해본다. 텅 빈 마당에 사라진 집과 집을 떠난 지 오래된 주인의 흔적만이 바람을 항해하고 있다. 상상만 난무하는 ‘키가 자라는 집’은 빈집이 쓰는 한 편의 시 같다. 텅 빈 마당에 아이가 뛰어놀고 댓돌 아래 고양이가 가르랑 거리던 오래된 집.


나무의 빈 그림자를 먹고 바람이 키가 자라듯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힘이 센 것은 아닐까. 문득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해가 지고있었다.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자 약사리 골목이 바빠지기 시작한다. 골목을 걷다 보면 우연하게 마주치는 것들이 있다. 그 마주침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
된다

김정미의 시 ‘모래알이 소소하고 사소하게 걸터앉은’ –

해변을 걷습니다
바다의 지퍼를 열면 꼬리가 튀어 올랐지요
결국, 눈꺼풀이 열리면 순간이 감각이 온몸이 모래산이 자꾸 찰나로 태어나곤 합니다


돌이 새처럼 가벼워지면 내 안에 우르르 쏟아지는 모래알들
내 왼쪽 발바닥에 뾰족하게 돋아나 아픈 맨발이 자랍니다
후회에 부딪힌 무릎엔 파도가 가득 합니다

모래는 무릎이 파묻힌 언덕을 세우다 낡은 새의 날개로 사라지곤 합니다
그럴 때마다 젖지 않는 한 벌의 감정을 잠수복을 찾습니다


사유 속에 갇힌 새 발자국을 깨트리는 일 마침내 부서지는 고래가 되는 일입니다
천둥보다 먼저 내가 쏟아지는 우기의 계절이었던 적, 누구나 그런 적 있지 않나요

해안선을 찢고 나온 해가 들지 않는 얼굴에서 모래알이 쏟아집니다
해일이 모가지를 끌고 나오는 저 붉은 대낮
나는 털어내도 쉽게 흘러내리는 바닥, 밑바닥을 씨앗으로 떨어뜨립니다


생각을 오래 걸으면 내 눈은 빨개집니다
공중에 구겨진 종이비행기를 펴다가 고요한 실족, 구름으로 출렁였다가
자꾸만 재생하는 햇볕을 쬐고 싶은 나는 지금 내가 되는 중입니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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체험후기

샘플 택스트 주말에 근처 캠핑장에 자리잡고 다녀왔는데 너무 재미있었네요~ 무농약이라 맘껏 따먹어도 안심!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라 했네요 ^^ 담에 또 놀러갈께요~~